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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윤준호(칼럼니스트)

지난 석 달 간 대한민국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예비역 대위 이근 씨다. ‘이근 대위’라는 호칭은 마치 하나의 명사처럼 입에서 입으로 구전됐다. 그는 이 기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삽시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파워사다리
시작은 유튜브였다. 5000만 뷰가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에 출연해 교육대장을 맡은 그는  “인성 문제 있어?”, “OOO은 개인주의야” 등 유행어를 남겼다. 그러자 지상파,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등을 막론하고 그를 섭외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유명 업체의 CF모델 자리까지 따냈다. 
하지만 ‘석 달 천하’였다. 채무 논란을 비롯해 여러 의혹에 휩싸였던 이 씨는 과거 성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 직후 그를 모델로 썼던 업체는 CF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고, 그를 출연시켰던 제작진은 부랴부랴 관련 영상을 삭제하는 등 뒷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시점에서 묻고자 한다. 이대로 이 씨는 몰락할까? 그렇지 않다. TV에서만 자취를 감췄을 뿐, 그는 여전히 유튜브를 비롯한 SNS 상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건 단순히 이 씨의 자존감이 강하기 때문은 아니다.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여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대중은 방송 및 유명인을 둘러싼 방송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의 무너진 자존심이 씨는 단 기간에 기득권층이라 불리는 레거시 미디어를 섭렵했다. MBC ‘라디오스타’, SBS ‘집사부일체’, JTBC ‘장르만 코미디’ 등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이 씨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지상파·종편·케이블채널 등 레거시 미디어는 변화한 엔터테인먼트 환경에서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를 기반으로 한 인플루언서로 트렌드의 중심이 옮겨가며, 레거시 미디어는 유행을 뒤좇는 위치에 놓였다. 유튜브에서 먼저 인지도를 쌓은 이들이 TV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TV에서 인기를 얻은 전통적 의미의 ‘스타’들은 유튜브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변화다. 과거, 방송사는 스타 탄생의 산실이었다. TV에 얼굴을 비쳐야 유명인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었다. ‘TV 나왔다’는 것이 출세의 바로미터였다. 
하지만 이제 TV에 안 나와도 충분히 유명해질 수 있다. ‘손 안의 세상’이라 불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는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 수많은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서 인지도를 쌓으면 알아서 각 방송사들이 ‘모셔’ 간다. 출연료도 두둑하게 받을 수 있다. TV에 나가서 겪은 일들은 다시금 그들이 운영하는 개인 채널의 재료가 된다. 관계 역전의 현장인 셈이다. 
레거시 미디어가 더 비판 받는 이유는 그들이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송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는 각 방송사들은 많은 제약을 받는다. 방송 내용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지만, 출연자의 노출 적합도를 판단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각 방송사들은 이 씨와 같은 비(非) 연예인인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검증’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는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를 출연시킨 방송사들이 “우리도 피해자”라고 외칠 수도 있지만, 공기(公器)인 전파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무조건 인기와 시청률을 좇기보다는 방송 출연에 적합한 인물인지 판단하는 그들의 책무를 저버린 것에 대한 반성이 앞서야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무런 비판적 자세나 확인 절차 없이 인플루언서들을 데려다 쓰는 방송사들을 보면 ‘어지간히 급하고 몰렸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대중은 항상 새로운 얼굴을 갈구하는데, 정작 방송사들이 스타를 키워 낼 자신도 없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의지도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인플루언서의 이미지를 가져다 쓰려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과연 이근 대위 신드롬은 이대로 묻힐까?
이 씨를 둘러싼 논란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직 잘잘못을 단정지을 수 없고 다퉈볼 여지가 있는 논란도 있지만, 그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씨는 “어쩔 수 없이 법의 판단을 따라야 했지만 스스로의 양심에 비춰 더없이 억울한 심정이며 인정할 수 없고 아쉽고 끔찍하다”는 입장을 냈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 씨가 이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그의 자유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억울함을 없애기 위해 대한민국 법원은 3심제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 씨는 대법원까지 간 끝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의 주장에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이 “2차 가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일반적인 ‘연예인’의 범주에 포함된 사람이라면, 이런 전력으로 인해 활동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씨의 경우 이런 논란 및 TV 출연 배제에도 불구하고 향후 활동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물론 TV에서는 더 이상 그의 얼굴은 보기 힘들 것이다. 범죄 전력이 확인된 터라 더 이상 이 씨를 섭외하려는 TV 제작진은 없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이 씨는 이미 유튜브에 개인 채널을 갖고 있고 구독자 수만 75만 명에 육박한다. 그가 성추행으로 처벌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구독자 이탈은 크지 않았고, 그를 옹호하는 댓글도 적지 않다.
물론,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개인 방송을 통한 그들의 영리 행위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리고 대중에게 얼굴을 내비치는 방송 출연진 역시 반드시 의미나 공적 목적을 갖고 활동할 필요는 없다. 그들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고 “재미있다”고  찾는 이가 많다면,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다. 
유튜브 등을 기반으로 한 개인 방송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TV와는 다르다. 이 씨가 싫다면 구독을 취소하고 그가 출연하는 콘텐츠를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이 씨 역시 여전히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영리 활동을 하는 것이라면, 뭐라 문제 삼기 어렵다.
하지만 이 씨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오로지 재미와 인기만을 좇다가 일순간 실망감을 느껴 씁쓸해진 대중이 적지 않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를 견제해야 할 레거시 미디어들이 이 씨 띄우기에 한껏 동참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방송 환경의 역학 관계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도덕성이나 도리가 ‘재미’보다 뒷전이 되는 상황은 못내 아쉽다. 
윤준호(칼럼니스트)

법원 “토론회 발언은 의혹제기에 대한 답변일 뿐, 공표행위 아냐”..대법 판단 따라
이 지사 “국민이 부여한 역할에 최선 다할 것” 대선 행보 본격화 예고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0.16 xanadu@yna.co.kr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0.16 xanadu@yna.co.kr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김솔 기자 =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원심 파기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동행복권파워볼

재판부는 문제가 된 토론회 발언은 허위사실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대법 판단 취지를 그대로 따랐다. 판결을 받아든 이 지사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수원고법 형사2부(심담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토론회 발언 내용을 보면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후보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뿐, 적극적·일방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공표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파워볼엔트리

토론회에 나온 특정 질의·응답 과정을 두고서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려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를 부인하는 의미로 ‘없다’고 한 것으로, 의도적으로 의미를 왜곡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은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소극적 회피·방어하는 취지의 답변·일부 자의적 해석가능한 취지 발언 등을 허위사실공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후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고,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었다”며 “따라서 이 법원은 기속력(羈束力ㆍ임의로 대법원 판결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에 따라 대법 판단대로 판결한다”고 부연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 지사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인권옹호의 최후 보루로 불리는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는 이런 송사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도정에, 도민을 위한 길에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대선에 대한 질문에는 “대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이 대리인인 우리 일꾼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 결정하는 것이다”라며 “부여해주시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후보자 등이 토론회에 참여해 질문·답변하는 과정에서 한 말은 허위사실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파기환송 전 원심 선고형이자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무죄 판결을 받아든 검찰의 재상고 여부에 관심이 쏠리나, 상고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게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불과 석 달 전 대법 전원합의체가 판결을 내린 사건인 데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추가 증거 제출 등의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를 뒤집기 어려우리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일주일 내에 재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 이번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같은 시기 “검사 사칭은 누명을 쓴 것이다. 대장동 개발 이익금을 환수했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도 기소됐다.

이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1심과 달리 2심은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유죄로 보고, 이 지사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그러나 지난 7월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10.16 xanadu@yna.co.kr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처해졌다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10.16 xanad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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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남성복 디자이너다. 그가 만든 수트 가격은 7000유로(약 1072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쿠치넬리는 최근 수개월 동안 수트를 입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쿠치넬리는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부터 집에서 지냈다”며 “지금 입고 있는 재킷이 그때 이후 처음 입는 재킷이다”고 말했다.

길거리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결혼식·파티 등 각종 모임이 줄어든 탓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격식을 차리는 옷보다는 트레이닝복처럼 편한 옷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장 수요가 급감하면서 호주 양모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최대 메리노 양모 생산국인 호주도 그 중 하나다. 양(羊) 품종 중 하나인 메리노는 털의 품질이 뛰어나다. 메리노 양모는 가볍고 부드러워 고급 양복이나 스웨터, 골프의류 소재로 쓰인다. 땀을 잘 흡수하고 배출해 통기성도 우수하다. 일반 폴리에스테르 원단으로 만든 수트 한 벌이 160파운드(약 23만원)라면, 메리노 양모로 만든 수트는 250파운드(약 37만원)에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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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노 양모 가격은 급락했다. 지난달 초 기준 호주 메리노 양모 가격은 ㎏당 8.58호주달러로 2019년 초(20.16호주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는 10호주달러 정도로 회복된 상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4500마리 규모의 양 농장을 운영하는 데이브 영은 “언제까지 양모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처지”라며 ” 양모 대신 양고기를 공급하는 쪽으로 사업을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계는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멘스웨어하우스, 브룩스브라더스, TM르윈 등 비즈니스 복장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지난 수 개월간 점포를 폐쇄하거나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소매 컨설팅업체 코어사이트리서치는 올해 미국 내 2만~2만5000개 의류 매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9만8000개)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최고급 맞춤 정장 가게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영국 런던의 새빌 로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재단사인 재스퍼 리트먼 씨는 “주요 고객들은 변호사와 은행가들이었는데, 다들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매년 수트 200벌 정도를 주문받았는데 올해에는 63벌에 불과하다”고 한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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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3년 6월→항소심 징역 5년..”피해자 심신 피폐해지도록 한 책임”

대전 법원종합청사 전경 [연합뉴스 자료 사진]
대전 법원종합청사 전경 [연합뉴스 자료 사진]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피해자 유서가 사실상 유일한 물증으로 제시됐던 성폭력 혐의 사건과 관련해 가해 남성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받았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16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상 위계 등 추행과 간음죄로 징역 3년 6월을 받은 A(40)씨 항소심 사건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내렸다.

신상정보 공개 고지 5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5년도 각각 명령했다.

A씨는 2016년께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 아르바이트하러 온 10대 여학생을 추행하고 모텔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여학생은 사건 발생 2년여 후인 2018년 겨울 성폭력 피해 내용 등을 유서에 남긴 채 숨졌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1부(김용찬 부장판사)는 사실상 유일한 물증이라고 할 수 있는 유서에 대해 “피해자가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피고인을 무고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며 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뒤 합의하고 성관계했다’는 취지의 피고인 주장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참고인 진술과 여러 증거를 볼 때 아르바이트 당시에 위력으로 추행하고 간음한 사실이 있다”며 “피해자의 심신을 피폐하게 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 항소를 받아들이면서 “피고인이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walden@yna.co.kr

문건·진술 신빙성.. 권력형 게이트로 진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가 권력형 게이트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진위여부 논란의 핵심이던 내부 문건이나 관계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그동안 정·관계 로비 의혹에 선을 긋고 있던 검찰의 입장 변화도 예상된다. 다만 수사팀 규모가 2배로 늘어난 상황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수사 속도와 의지를 감안하면 실체 규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김재현 옵티머스 전 대표가 거액의 펀드 사기를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금융권 외 정·관계로 수사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우선 검찰은 윤석호 옵티머스 사내이사의 아내인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 외에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원 A씨가 옵티머스 사태에 일부 연루됐다고 판단, 추가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초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A씨는 검찰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수사에 나서자 지난 7월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와 김 전 대표간의 친분은 확인한 상태다.

옵티머스 경영진들이 펀드 부실 사태를 미리 인지하고 게이트화를 우려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펀드하자 치유’ 문건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낸다. 지난 6월 이 문건을 이미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은 그동안 “일부 실명이 기재됐을 분 청와대나 정계 인사의 이름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헌재 고문(전 경제부총리) 추천, 남동발전 투자건 등이 사실로 드러나며 수사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더욱이 지난 15일에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옵티머스 펀드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펀드 수익자 명단까지 공개됐다. 진 장관은 “예전부터 거래하던 NH투자증권 지점을 통해 ‘예금이자보다 좋다’는 권유를 받고 투자했으며 환매 중단으로 큰 손실을 봤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 문건에는 정부·여당 관계자의 이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검찰이 투자와 연계해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다만 검찰의 수사팀 규모가 2배로 확대된 상황에서도 수사가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부 문건을 ‘가짜’라고 지적하는 등 게이트 비리로의 진화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법조계에서도 수사팀이 옵티머스 본사와 관계 회사,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 등 18곳을 압수수색했지만 로비 의혹 부분은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날 서울중앙지검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사안 역시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서 돌려막기 등 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화장품 회사 스킨앤스킨 회장 형제였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팀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전 은행장, 전 경제부총리 등 고위직 출신 인사가 이름을 올린 옵티머스 고문단이나 금융권 외 정·관계 로비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검찰에 대한 비난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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